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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 보도자료

<김승희 교수의 30년 금속조형세계> 이영란_헤럴드경제 기자, 2006.10.20


김승희 교수의 30년 금속조형세계

그가 가면 길이 생긴다. 금속공예가 김승희 교수의 30년 작업 세계는 이 같은 말로 요약할 수 있다.

'공예'가 '미술'의 하위장르 쯤으로 여겨지던 시절, 김승희는 국민대 조형대학 초대학장이던 고故 김수근의 제안을 받고 1976년 국민대 생활미술과에 금속공예 전공교술 부임해 30년을 쉼 없이 달려왔다.

브로치며 꽃병 등 대중적인 금속공예는 물로, 금속을 활용한 입체작품과 조각, 설치 및 평면회화로 금속공예의 지평을 꾸준히 넓혀온 것. 그가 지난 30년을 결산하는 작품전을 서울 인사동 선 갤러리에서 연다. '풍경 30년'이라는 타이틀로 오는 31일까지 계속될 이번 특별전은 가을 정취에 잘 들어맞는 전시다. 단풍이 진 가을산이며 나뭇잎 등 우리 주위의 풍경들이 금속오브제와 어우러지며 각별한 분위기를 선사하기 때문.

김승희는 금속공예의 전통기법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지속적인 실험으로 금속공예의 표현영역을 넓혔다. 이번 전시에도 평면 작품 20여점과 브로치 작품 20여점, 분수작품 등 신작 40여 점이 나왔다. 아울러 8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대표작 15여 점도 함께 출품돼 30년의 긴 여정을 한눈에 살필 수 있다.

그의 공예의 장점을 살려 개성적인 조형의 창출을 일구어내는데 역량을 보여 왔다. 공예를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전향적으로 실현하면서, 이를 개선한 것. 특히 공예와 순수예술이 서로 상극이 아니고,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는 미학적 신념을 작업을 통해 끊임없이 보여줬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최근 들어 그의 창작은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또 작품 규모도 더욱 켜져, 종래 벽의 일부를 장식하던 릴리프(반 입체) 작품은 이제 벽 자체를 만드는 차원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신작들 역시 자연과 인간을 주제로 하고 있어 서정성을 한껏 뿜어낸다.

김승희는 "금속공예작업을 하면서 다양한 색깔을 내는데 한계를 느껴 회화작업으로 방향을 틀었다."며 특수 제작한 캔버스에 안료로 색을 칠하고 그 위에 적동, 황동, 철 등을 이용한 금속공예작품을 부조처럼 붙여 색다른 풍경화를 만드는 작업이 너무 재밌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는 금속의 나라였고, 금속강국이었는데 이를 아는 이들이 드물다. 다양한 금속조형작품으로 이를 다시 환기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지하 전시장에서는 그가 길러낸 제자들의 작품전이 함께 열린다.

이영란 - 헤럴드경제 기자 2006.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