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속공예 대단하다*
1981년 6월 나는 국민대학교 학생들과 전라북도 임실군에 있는 한적한 시골 마을을 방문하였다.
중앙일보[1981,4,8일자]에 난 기사를 보고 우리나라에 단 한분 남은 오동상감연죽 장인 추정렬씨를 만나기위해서다.
그의 허름한 판자집 공방에서 세계인들이 감탄할만한 아름다운 오동상감기법이 담긴 연죽[길다란 대나무 담뱃대]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와 제자들은 그의 사랑채에 묵으면서 그의 도구와 작업과정을 사진 찍으면서 신기한 보물을 찿은 듯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미술대학을 졸업했지만, 금속공예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전혀 없었던 나는 막연한 꿈을 안고 미국으로 유학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지도 교수님 수업중심으로 가르쳐 주는대로 배워온 나로써는 귀국후 한국금속공예는 무엇인지 어떤 것이 있는지 매우 궁금하였다.
금속과 관련된 공방들을 찿아 다니기 시작하였다. 유기공방 장인들을 찿아서 지방으로,
서울 명동 구석진 지하에서 찿아낸 세공인들~ 무엇보다 나에게 가장 큰 충격으로 ,또한 혜택으로 이어진 만남은 은기와 수저 아저씨이다.
그들의 공방은 한결같이 허름하고, 더럽고, 잿더미속 같았다.
나는 약3~4년정도 미국에서 금속공예를 배워 왔다고 내심 잘난 척하는 심정이 있어서 인지 이런곳에서 무엇이 만들어 질까 하고 무시하는기분도 있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은기, 장신구,수저들은 나를 경탄하게 하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고, 오늘 내가 한국에서 금속공예로 끊임없는 작업을 할수 있음은 그당시 전통공예가들과의 만남과 배움의 열매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나는 오동상감(烏銅象嵌) 기법으로 장신구를 만들고,금부기법은 내 장신구디자인 과정에서 마무리 터치로 필수과정이다.
1982년 초빙으로 국민대학교 금속공예과로 오게된 미국인 잭 실버[JackSiver]교수는 한국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금속 수저를 쓰는 나라라고 하면서 ‘한국 금속공예 대단하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실버 교수가 하는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면서,나도 주변국가와는 다른 우리의 식기문화와 재료를 다시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그렇다. 일본인들이 나무를 깍아 젓가락을 만들고 중국인들은 흙으로 짧은 국자형 숟가락을 빗을 때, 우리는 당시로서는 첨단 과학 산업인 금속합금술과 용광로를 비롯항 철 도구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이나 일본도 황실에서는 금속식기를 쓰지만 극히 제한되어 있어서, 일반인들이 금속집기를 접할 수는 없는 것이다.
중국,일본에서는 황실내에서만 엄격히 다루워진 금속기술들이 한국에서는 일반대중들에게 널리 퍼진 것을 우리의 생활 문화가 증명해주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금속 수저를 쓰는 나라,왕실 최대 중요한 행사인 종묘제래용 제기는 대부분 금속으로 제작되었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해야할까?
중국이나 일본에 비하여 금속생활용기나 집기가 한국에 휠씬 많다는 것은 우리 공예문화의 특징을 금속과 관련시켜서 다시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반도에는 금속재료도 많았겠지만 무엇보다 금속 합금술에 대한 정보와, 도구, 제작가법도 쉽게 공유되었던 것을 추정해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금속을 합금하거나, 공구를 만들고, 금속기법을 잘 할수 있는 전문 인력들, 금속공예가들이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금속공예 대단하다’가 우연하게 나온 말이 아니라, 이들 전문집단들의 지혜가 우리의 생활 문화와 더불어 면면히 흘러온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우리들 현대 금속공예가들도 그 연장선에서 우리의 본래 모습의 자부심과 더불어서,끊임없는 열정으로 좋은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2016년10욀 김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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