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 칼럼-4월
김승희 칼럼(2013.04)
-브로치로 우리의 문화를 보여주어야 한다-
최근 어느 일간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패션은 브로치로 완성된다'라는 글을 읽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넘치면 안 하니만 못하다'라는 고사성어를 써서 박근혜 대통령의 브로치가 남대문표 9,000원 짜리 제품이며 결과적으로 서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기도 하였다.
브로치를 비롯하여 장신구를 디자인하고 창작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혹스러운 내용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9,000원 짜리 브로치는 대량생산이라는 단순한 제작과정을 통하여 저가의 재료로 만들어 질 수 있는 제품에 속한다. 대통령이 직접 착용했기에 누구나 그런 브로치를 달고 싶고, 많이 만들고 팔려서 결과적으로 서민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 그럴 듯 한가?
장신구의 의미와 브로치 착용심리와 특성을 잘 모르고 무관심한 사람들은 그렇게 동의할 지 모르겠으나, 원래 장신구는 아름다운 보석과 귀금속으로 만들어진 섬세한 고귀함을 지닌 문화의 꽃으로 자랑스럽고 귀중한 것이다. 브로치는 용도가 있는 생활용품이 아니며 착용자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장식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의상과 더불어 가장 눈에 잘 띄는 특별한 장식 예술품이다. 그렇다, 브로치는 작지만 강렬한 이미지 전달을 할 수 있다. 브로치를 통하여 한국문화의 정수를 세계인들에게 알리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리움 미술관에서는 '금은보화- 한국 전통공예의 미'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고대부터 대한제국에 이르기까지 나라 최고의 재료와 최상의 세공실력으로 만들어진 장신구와 금속공예품들은 그 순수한 창작력과 정성을 다하는 수공예 정신으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낸다. 우리 금속공예의 남다른 기예와 예술성을 보여주고 있기에 이러한 문화유산을 현대공예가들이 잘 이어받아 세계화를 이룩해야 할 시점에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우리 금속공예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예술성 있고 시대를 대변하는 좋은 브로치를,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데 앞장서 주었으면 정말 좋겠다.
2013. 4 김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