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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건너에서 전시를 응원하며

 

 

 

 

 

 

 

 

 

오는 6월 5일 '김승희 브로치' 전시를 앞두고

극작가이자 미술평론가인 친구 장소현이 먼 곳에서 글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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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머리, 손

-김승희 작품전에 부쳐

 

글: 장소현 (극작가, 미술평론가)

브로치는 가슴에 다는 장신구다. 대개의 경우 왼쪽 가슴에 달게 되는데, 그곳은 심장이 있는 곳이다.
‘가슴’이란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가슴’이라는 낱말은 많은 경우 우리의 마음이나 감정과 이어진다. 우리말에서 흔히 쓰이는 가슴이 미어진다, 가슴이 아프다, 가슴이 아리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 등등의 표현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영어에서도 마음을 heart라고 표현한다. mind라는 낱말도 있지만, 일상적으로 많이 쓰는 낱말은 heart다. 예를
들어, 생 떡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명문장 “마음으로 봐야 바르게 볼 수 있지.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거든”이라는 문장의 영어 번역은 “It is only with the heart one can see rightly; what is essential is invisible to the eye.”이다. 가슴을 곧 마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잘 생각해보면 장신구의 위치는 매우 뜻이 깊다. 머리에 비녀나 머리핀을 꽂고, 가슴에 브로치를 달고, 손에 반지를 끼는 것이 대표적인데, 머리와 가슴과 손은 인간 감정 표현의 핵심이요, 미술의 기본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우리 인간은 감정 표현의 가장 중요한 곳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것이다. 누가 시켜서 그런 것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그렇게 했고, 오랜 세월 그렇게 이어져 왔다.
따라서, 가슴에 다는 장신구인 브로치는 단순히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거기에 생각과 감정이 담겨야 하는 마땅한 것이다. 자연과 노래와 이야기가 거기 담겨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참으로 아름다울 수 있는 것, 바로 그런 것이 장신구의 본질이다.

잘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장신구를 고를 때, 내게 잘 어울린다, 안 어울린다를 판단하는 기준은 머리가 아니고 가슴이다. 본능적인 느낌이다. 거기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고르는 것이지 단순한 아름다움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이야기란 곧 나의 삶이나 추억, 또는 꿈과 이어진다.
공예가 김승희의 작품들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것은 거기에 이야기가 담겨져 있고, 저마다 노래를 부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브로치는) 작지만 훌륭한 오브제로,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것 같다”는 작가의 말은 설득력을 갖는다.
그 작은 부피에 담겨져 있는 작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 그리고 그것을 가슴에 달았을 때 상대방에게 소곤소곤 이야기를 거는 것... 그런 지점을 읽는 것이 김승희의 작품을 읽는 바른 방법일 것이다.
브로치는 가슴에 와닿을 때 비로소 아름답다. <*>

글: 장소현 (극작가, 미술평론가)

 

 

 

김승희 브로치展

일시: 2013년 6월 5일 (수)~ 18일 (화)

장소: 인사동 선화랑

문의: 02.734.0458